ACC 사운드 랩 《듣기의 미래: 기계》

ACC Sound Lab — Futures of Listening: Machine

2026installation

2026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사운드 랩 연구자로 참여하며 ‘기계의 듣기’를 주제로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그 결과를 쇼케이스 전시 《듣기의 미래: 기계》에서 발표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미디어 스튜디오(B4), 2026.8.19 – 8.30.

〈모서리 없는 것이 모서리로 접힌다〉

김대희·김예지·이강일, 2026 — 3D 프린팅 구조물, 스트리밍 모듈, 32.2채널 입체음향 사운드, 알루미늄 프레임, 정육면체 박스, 가변 설치

카메라와 마이크를 단 고치 모양의 장치 다섯 개가 전당 안팎에 매달려 그 자리의 소리와 풍경을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입체음향실로 전송되어 32채널의 소리와 영상이 되어 나타났다 사라지며, 어디에도 저장되거나 외부로 전송되지 않는다.

‘기계의 듣기’를 자발적, 비자발적 실시간 정보 수집으로 정의하고, 기계가 세계에서 정보를 모아 한 사람의 눈앞까지 가져오는 경로를 작품의 구조로 전유한다. 이 과정을 드러냄으로써 기계의 수집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의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외부 구조: 월드, 빅룸, 미들룸, 스몰룸
작품은 바깥에서 안으로 갈수록 작아지는 네 겹의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다섯 개의 기계가 놓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체(월드), 수집된 데이터가 모이는 32채널 입체음향실(빅룸), 실 커튼으로 둘러싼 한 변 2.5m의 정육면체(미들룸), 그 한가운데 매달린 접안부가 달린 상자(스몰룸).

관객이 상자에 눈을 대면 다섯 개의 기계가 일제히 버저로 말하기 시작하고, 그 소리는 수집에 이용된 실시간 전송 파이프라인을 타고 4~5초 뒤 입체음향실의 스피커 시스템으로 돌아온다. 상자에 눈을 대면 보이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세상에서 수집된 정보들이 도달하는 곳. 기계와 그 시스템이 듣는 것은 인간의 손 위에 올려질 피드를 만들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스크롤은 일종의 의지이며 때로는 권력이 되기도 한다.



내부 구조: 버저를 통한 발화 기계
장치는 소형 컴퓨터(라즈베리파이 5)와 4채널 마이크, 카메라, LTE 모뎀, 그리고 직접 설계한 확장 보드로 구성된다. 보드에는 LED와 피에조 버저 두 개가 달려 있다. 주변에 움직임이 감지되면 장치는 버저로 사람의 말을 흉내 내 말을 건다. 구조적으로 발성이 불가능한 성대이지만 억양과 강약, 길이를 통해서 사람의 방식을 흉내 내려는 존재다.



〈12,080Hz〉

김대희·김예지·이강일, 2026 — 샷건 마이크, 초지향성 스피커, 3채널 프로젝션, 4.1채널 사운드, 가변 설치

마이크와 스피커가 마주 서면 피드백이 인다. 인간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소음이지만, 서로의 소리만 듣고 하나의 주파수로 치닫는 두 기계에게는 순수한 교신이다. 제목의 12,080Hz는 그 교신이 스스로 도달한 주파수다. 누가 부르지 않았는데 기계가 홀로 낸 소리처럼 들린다.

기계의 사고에는 소리가 없다. 연산하는 회로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우리가 듣는 것은 그 열을 식히는 소리, 팬과 공조가 쉼 없이 돌아가는, 기계의 순환하는 몸의 소리다. 스피커는 이 건물의 서버실에서 채집한 소리를 내보내고, 마이크는 그것을 겨눈 채 되받는다. 두 기계가 서로에게 몰입하는 동안 몸의 소리는 피드백 아래로 사라진다.

인간의 몸이 그 사이에 끼어들면 대화는 끊긴다. 기계의 소리를 소음이라 여겨 온 인간이, 이 순간에는 거꾸로 교신을 어지럽히는 노이즈가 된다. 피드백이 걷힌 자리에서 기계의 몸소리가 드러나고, 마이크는 대신 끼어든 몸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끊는 것과 들키는 것이 같은 동작이다.

세 면의 스크린이 이루는 방은 기계의 몸속이다. 밖에서 일어난 개입은 그림자가 되어 방 안쪽에 맺힌다. 관객은 그 안에 앉아 그림자를 지켜본다. 듣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의 안에서, 이번에는 인간이 기계를 듣는다.






〈12,080Hz〉 설명과 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시 소개 페이지

공동 연구·제작: 김대희, 김예지, 이강일 / 기술: 한진협 / 3D 디자인: 정혜원 / 제작 지원: 안재영, 박찬진


Participated as a researcher in the 2026 ACC Sound Lab, studying “machine listening” with fellow researchers; the results were presented at the showcase “Futures of Listening: Machine”, Media Studio, Asia Culture Center, Gwangju, 2026.8.19 – 8.30.

The Edgeless Folds into Edges — five cocoon-shaped devices (cameras and microphones) suspended in and around the ACC feed a 32.2-channel spatial audio room where the collected sound and image reappear as sound and light without ever being stored.

12,080Hz — a microphone and a speaker face each other and fall into feedback, a machine-to-machine exchange that settles on its own frequency, 12,080 Hz, over sounds recorded in the building’s server room. When a human body steps between them, the exchange breaks and the human becomes the noise; the intervention appears as shadows inside a three-screen room.